펄스의 밝기를 크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레이저 펄스의 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득매질(Gain medium)이 필요한데, 이득매질도 물질이므로 레이저의 강력한 전기장에 의해서 손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Q스위칭과 모드잠금법 이후로 별다른 발전이 없던 레이저 펄스의 최대 밝기는 CPA기술이 도입되면서 혁명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일단 CPA - 공인회계사 아니다 - 가 뭔지 알기 위해서, 펄스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건 코사인 함수를 몇개 더해본건데, 주기가 2pi의 1배, 1/2배, 1/3배, ... 인 것들을 8개 모아서 더한 함수이다. 만약 이런 것들이 무한히 많이 더해지게 되면 2pi마다 뾰족 솟아있는 펄스가 나타나고, 그 외의 부분에서는 0에 가까운 모양이 된다. 이것을 펄스 열(Pulse train)이라고 부른다. 이런 모양의 펄스를 만드는 기술을 모드 잠금(Mode-locking) 기법이라고 하는데, 모드 잠금 기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한번에 다 다루기에는 너무 길다. (Q스위칭 기법도 있는데 펄스를 만들기는 하지만 이것과 완전히 다른 기법이다.) 그리고 위의 설명은 모드 잠금이나 펄스 생성에 대해서 전부 다 얘기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알아야 하는 것은 펄스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주파수의 빛을 잘 더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x=0일 때 각각의 코사인 함수에 들어가는 값이 모두 0이라는 점을 주의깊게 봐 두자. 즉, 코사인 함수들의 위상이 모두 0으로 맞춰져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모드 잠금 기법에서 나오는 펄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아무튼간에, 그런식으로 펄스열이 만들어진 경우, 펄스 하나를 골라 보면 얼추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된다.


제일 첫 그림에서는 전기장을 나타냈지만, 여기서는 전기장의 제곱인 밝기를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사실 '밝기'란 평균적인 개념이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기장이나 전기장의 제곱 그 자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전기장의 포락선(Envelope)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펄스 모양인 가우스 펄스를 나타냈다.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그 시점에서의 밝기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그림은 여러개의 펄스를 같이 나타낸 것인데, 펄스의 길이는 길어지고 펄스의 최대 밝기는 약해지는 경우에 대해 몇가지를 그려 보았다. 여기서 몇가지 용어를 알아야 하는데, 펄스 에너지는 펄스 밝기를 음의 무한대에서 양의 무한대까지 적분한 값이다. 밝기가 일률이므로 여기에 시간을 곱해서 적분하면 에너지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자, 그럼 Chirp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새가 지저귈 때 낮은음과 높은음을 바꿔가며 부르는 것을 말한다. 광학에서는 시간에 따라 주파수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에 따라 주파수가 변한다는 말은, 시간에 따라 파장이 변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펄스를 생각하면 된다. 뭔소린지 이해가 안가면 다음의 동영상을 보자. 아주 간단하게 Chirped sound를 만드는 방법이다.




Chirp이 없는 펄스의 전기장을 나타내면 이와 같은 모양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Chirp을 갖고 있는 펄스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보이게 된다.


대체 Chirp이 있고 없고가 왜 중요한가?


Chirp이 없는 경우 펄스의 길이가 가장 짧으며, 펄스의 모양은 가우스 함수에 가깝다. (정확히는 하이퍼볼릭 시컨트 함수에 가깝지만, 가우스 함수에도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Chirp이 생기게 되면 파장이 긴 빛과 파장이 짧은 빛 사이의 위상이 차이가 나게 되면서 펄스의 길이가 길어진다. 이게 왜 이렇게 되냐하면, 가장 위에 그렸던 펄스 그림을 그릴 때에는 합쳐주는 각각의 코사인 함수의 크기가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동수(또는 파장)에 따라 코사인 함수의 크기가 같을리가 없으며, 어떤 파장은 밝고 어떤 파장은 어두울 것이다. 이것을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스펙트럼이 주어져 있을 때, 만약 각 파장들 사이의 상대적인 위상차이가 모두 0이라면 이것을 Transform limited pulse, Chirp-free pulse, Unchirped pulse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무엇이 제한(limited)인가 하면, 주어진 스펙트럼에서 이보다 더 짧은 펄스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파장들 사이의 위상차이가 존재해서 시간에 따라 도달하는 진동수가 다르다면 이것은 Chirped pulse라고 부른다. 


일단 그럼 그냥 펄스에서 Chirped pulse를 어떻게 만드는지 생각해 보자. 빛을 색에 따라서 나누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접하기 쉬운 프리즘을 이용해 보자.


프리즘을 이용해서 빛을 분리시켰다가 다시 모으는 모습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봤던 것 같은데, 사실 위와 같은 식으로 하면 제대로 안될 뿐만 아니라 일단 위의 그림은 틀렸다. 잘 생각해 보면, 아래쪽 그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왼쪽 프리즘에서 꺾이는 각도와 오른쪽 그림에서 꺾이는 각도가 달라야 하는데, 두 프리즘을 저렇게 평행하게 정렬해 두었을 때 저렇게 꺾일리가 없다.



http://cont2.edunet4u.net/~khy547/help/help6.html


이렇게 되는게 제대로 된 그림이다. 프리즘2를 지난 다음에 빛은 평행광이 되지만 백색광이 되지는 않는다. 위치에 따라 파장이 다르다는 걸 봐두자. 백색광을 분리시켰다가 다시 합치기 위해서는 프리즘이 2개가 아니라 4개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두자. 무려 이것은 상식이다! 광학 시간에 선생님이 잘못 얘기하면 아는척도 할 수 있다.


http://frog.gatech.edu/pulse-compression.html


실제로는 위와 같이 해야 색이 제대로 분리되었다가 합쳐진다.


위의 그림에서는 Chirp이 있는 빛이 들어가서 백색광이 나왔지만, 반대로 집어넣으면 당연히 백색광이 들어가서 Chirp이 있는 빛이 나오게 된다. 그럼 어째서 Chirp이 생기는 것일까? 아까도 얘기했지만, Chirp은 파장에 따라 다른 시간에 달리게 될 때 생기게 된다. 위의 그림을 보면, 백색광이 들어갈 경우 공기중에서 빨간색이 진행하는 경로가 보라색이 진행하는 경로에 비해서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프리즘 안에서 빨간색이 진행하는 경로는 보라색이 진행하는 경로에 비해 길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무튼, 위와 같은 기법을 통해서 펄스의 Chirp을 조절해서 펄스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 있는데, 펄스의 길이를 늘이는 장치를 확장기(Stretcher)라고 부르고 줄이는 장치를 압축기(Compressor)라고 부른다. Chirp을 조절하지 않고 펄스 길이를 늘이거나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펄스를 증폭하기 위한 준비가 된 것이다. 제일 처음에 썼듯이, 펄스의 밝기를 발겍 하는데 가장 곤란했던 점은 펄스가 너무 강력해 지면 이득매질을 비롯한 레이저를 이루는 광학장치들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펄스를 길게 늘이면 어떻게 될까? 펄스 전체의 에너지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펄스의 길이를 길게 늘이면 펄스의 최대 밝기는 어두워진다. 따라서 광학계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확실히 낮아진다. 그러므로 이렇게 압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레이저를 증폭한 후 다시 압축하게 되면 펄스 전체의 에너지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에너지가 확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위 그림을 참고한다면, 일단 빨간색의 씨앗 펄스를 갖고서 녹색 펄스로 바꾼다(확장기). 그 다음 이것을 파란색 펄스로 만든다(증폭기). 그리고 나서 표적에 쏘기 직전에 보라색 펄스로 바꾼다(압축기). 실제로는 위에 그린 그림보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확장, 증폭, 압축이 일어나며 이 과정을 통해서 극한 영역의 에너지를 가지는 레이저 펄스를 만들 수 있다.


펨토초 수준의 펄스 씨앗을 증폭기에 넣기 전에 확장기에 넣어서 1000배에서 100000배까지 긴 펄스로 바꾼 후, 광학계가 얻을 수 있는 최대 허용 밝기까지 극한으로 증폭한다. 하지만 아직 압축되지 않았으므로 이것은 펄스가 낼 수 있는 최대 밝기가 아니다. 이제 사용하기 직전에 압축기에 넣어서 펄스를 압축하게 되면 기존에 모드 잠금 기법으로 낼 수 있었던 메가와트급 레이저를 뛰어 넘는 테라와트급 레이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http://www.newworldencyclopedia.org/entry/laser


모드 잠금 기법이 개발된 이후 거의 30년간 정체되어 있던 레이저 밝기가 CPA기술이 적용되는 순간 확 꺾이면서 올라갔다는 점에 주목하자. 


여담이지만, 지금 광주(전라도에 있는)에서는 4PW급 레이저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금도 1.5PW급 레이저는 쓸 수 있다. 이정도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도의 초강력 레이저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설에서 100TW에서 1PW를 구축하는 기간에 일했던 곳이다보니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지식을 정리해 보았다.


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일단 아래의 글을 읽어보고 댓글로 토론을 하면 좋겠다.


 - 현재는 IBS의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에 있는 극초단 광양자빔 시설의 소개와 펄스 증폭 기술에 관한 좋은 글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kps.or.kr/storage/webzine_uploadfiles/795_article.pdf


 - 릭 트레비노 교수의 초고속 광학 강의 노트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http://frog.gatech.edu/


 -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는 IBS의 연구단 소개를 참고해 보자.

http://www.ibs.re.kr/kor/sub03_03_05.do?gubunCode=corels_kr

by snowall 2014. 11. 29. 0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