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책들을 보면, 아인슈타인이 최초에 설명할 때 기차 얘기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차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는 책이 많이 있다. 내가 보았던 어떤 책은 평화 조약을 맺는 얘기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나는 것을 물리적으로 올바르게 각색하여 적어본다.[각주:1]

두 나라가 전쟁을 하다가, 싸우다 지쳐서 평화 조약을 맺기로 했는데 그 접경지에서 만나서 조약에 서명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어느 한쪽도 지고 싶어하지 않는 나라들이었기 때문에 대표들은 상대방이 먼저 서명하는 것을 본 다음에야 서명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해결방법이, 중앙에 신호등을 두고서 똑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위치에 책상을 두고, 신호등이 켜지면 양쪽이 신호를 보고서 서명하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이 방식에 따라서 평화 조약에 서명을 하기로 하고 날짜를 잡았다.
아무튼 그래서 신호등이 켜졌는데, 그 순간 국경을 지나가던 정찰기가 이 광경을 보고 외쳤다. "동시가 아니다! 이 조약은 사기다!"
그래서 다시 전쟁을 하게 되었다는 비극적인 결말.
와우. 썰렁하다.
아무튼, 동시성의 문제는 위와 같이 함부로 따질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이다. 물론 내가 물리 얘기를 하자고 이 얘기를 꺼낸건 아니고, 전략 얘기다.

이슈를 현대로 돌려서, 저렇게 싸우다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집단은 많다. 예를들어 다음과 같다.
북핵 사태 -> 북한 vs. 미국 : 핵무기 포기와 대북 지원
이랜드 파업 -> 이랜드 사측 vs 이랜드 노조 : 고소고발 취하와 점거농성 해제
위의 두가지 예는 어느 한쪽이 약속을 이행할 경우 다른 한쪽이 약속을 어길 것이 의심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가령,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미국은 북한을 포용할 것인가. 반대로, 미국이 먼저 북한을 포용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이랜드 사측이 고소고발을 취하하면 노조가 점거농성을 해제할 것인가, 노조가 점거농성을 먼저 해제하면 사측이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는가. 사실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그냥 동시에 해버리면 되는 것이다.[각주:2]


  1. 원래 책에 있던 내용은 당연히 물리적으로 올바르지만, 내가 생각나는 내용이 물리적으로 올바르게 떠오르질 않아서 각색해 둔다. [본문으로]
  2. 물론 내가 이 문제를 이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저 두가지 말고도 서로는 서로에게 요구조건이 너무 많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9. 9.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