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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표 주제는 A complex-angle rotation of geometric complementarity였다. 물리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생략한다. 궁금하면 이메일로 연락하기 바란다.
국제 학회라고 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로 설명해야 할 것 같았는데, 이범훈 교수님이 질문하신 것 외에는 별다른게 없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끝나는줄 알았는데, 옆에서 발표하던 일본의 Yuya라는 친구가 내 발표에 관심을 가져 주었다. 그래서 대충 설명해주고, 나도 그사람 포스터에 대해서 관심 좀 가져줬다. 학회라는 건 뭐 이렇다. 관심받고싶은 사람들이 오지만 관심을 주기는 참 어려운 곳.
아무튼,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학회였다. 아무튼 영어로 내 논리를 설명하는건 대충 할만한 것 같다. 일반적인 회화 역시 내가 대화를 이끌어 나가지는 못하겠지만 질문에 대답하거나 내 느낌을 말하거나 하는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건 역시 어휘력이다. 단어 공부를 좀 해야 말이 나올 것 같다.
첫날 포스터 발표를 하고, 둘째날부터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듣기 시작했다. 둘째날 아침에는 국제 핵융합 실험인 ITER의 현재 상태와 연구 방법, 일본의 RIKEN의 이온 빔 발사장치와 연구 기회에 대한 걸 들었다. 여기는 예전부터 알려져 있던 부분들. 여전히 흥미롭다. 그 다음은 단백질의 움직임에 관한 발표였는데, 정말 재밌게 들었다. 단백질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화학적 형태 뿐만이 아니라 그 입체적인 모양도 제대로 만들어 져야 하는데, 이 과정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물리학 연구에서 많은 시뮬레이션이랑 실험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단백질이 변형되어서 제 기능을 하게 되는지 알려져 가고 있다. 아무튼 단백질은 참 흥미로운 녀석이다.
그 다음에 들은 얘기는 블랙홀의 회전 원반 이야기인데, 흔히 블랙홀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사실 블랙홀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X선을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블랙홀 주변의 원반은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서 강력하게 회전하면서 빨려들어 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X선이 방출된다. 물론 우리는 그걸 X선 카메라를 이용해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여러개의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오후에 들은 얘기는 입자물리학의 얘기였다. 내용은 나도 잘 이해 못했으므로 제목만 나열하면, 광 파두 동역학의 강입자 물리학에의 응용의 현재 진행상황, M이론 이야기, SU(2)양-밀즈-힉스 이론의 완전/반쪽 단극자, 끈이론으로부터의 중입자의 카이랄 동역학, 거대 강입자 충돌기와 국제 선형 가속기의 물리, 거대 강입자 가속기에서의 힉스 보존의 전형적이지 않은 탐색 채널, 가장 단순한 작은 힉스 모드에서의 가벼운 가짜 스칼라 입자, 초대칭 폭포수 붕괴에서의 타우 입자의 편극, 6차원 꼬인 초중력의 초중력자, 다양체 대통일 이론으로부터 나오는 우주 팽창이론 등등이다. 듣다가 머릿속이 꼬이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고체물리나 플라즈마 물리나 비선형 광학 얘기를 들었어도 마찬가지로 꼬였을테니, 그냥 재미난 얘기를 듣는 셈 치기로 했다.
수요일날 입자/핵물리 분과는 모두 끝났고, 목요일날은 내가 크게 관심갖지는 않는 분야의 얘기들이었지만 그냥 영어 공부하는 셈 치고 듣기로 했다. 이것도 들은 순서대로 적으면, 오전에는 3-5족 반도체의 강자성, 결합된 비평형계, 강유전체의 자기적 꼬임, 나노전자공학과 나노기계에서의 스핀공학이다. 듣다가 사실 많이 좌절했다. 어렵더라. 뭐 물리학 분야중에 어렵지 않은 게 어디있고 대학교 와서 박사과정 사람들이 발표하는 내용중에 쉬운게 있을리 없지만, 고체물리를 좀 공부를 해둘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어쨌든, 점심 먹고 오후 발표때 들은건, 그나마 좀 이해할 것 같은 양자 정보 및 양자 계산학. 여긴 이제 환상의 세계를 달리는 분야다. 양자 순간이동이라든가, 양자 암호학, 양자 통신 등등등. 아무튼 여긴 제목을 다 얘기하기는 좀 길고, 가장 흥미로운것은 블랙홀의 증발과 양자 순간이동 사이의 유사성을 발표한 것이다. 블랙홀의 증발에 들어가는 수식과 양자 순간이동에 들어가는 수식이 같은 수학적 구조를 갖고 있어서 둘이 갖는 해가 같음을 밝히고, 블랙홀 증발 문제를 풀면서 나온 논의를 양자 순간이동 이론에 적용하여 그대로 가져가는 건 뭐 거의 엽기적인 놀라움을 내게 선사해 주었다. 가장 흥미롭게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저녁은 연회가 있어서 경주 현대 호텔로 이동했다. 음, 여기선 선배가 우수 포스터 발표 상을 받게 되었는데 나보고 대신 받아달래서 받았다. 훗. 대신 받는데 무슨 운이 트였나보다. 나나 좀 받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풀코스로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건 또 난생 처음이니, 이래저래 학회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가 가야 할 물리학적인 진로는 아직 한참 남은 것 같다. 정말 엄청나게 광활한 분야가 펼쳐져 있고, 앞으로 밝혀내야 할 물리들이 아주 많이 남아있다. 음, 아주 좋다. 확실히 입자물리쪽 얘기가 어렵고 재밌긴 한데, 고체물리쪽 얘기는 공부를 아예 안해봐서 잘 못알아듣겠다. 그러나 여전히 양자역학과 전자기학의 범주 안에서 설명하는 것들이라 어느정도 감은 잡을 수 있겠다. 공부를 좀 더 많이 해야 할텐데, 갈길은 멀고 욕심은 많으니 이거 쉽지 않은 길이다.
어떻든, 의욕은 잘 충전되었다. 부디 내 노력이 뒤따라주기를 나 자신에게 간절히 바랄 뿐이다.
덧붙임 : 학회에서 봤던 사람 중에 노트북 키보드를 왼손은 독수리타법이고 오른손은 다섯손가락을 모두 사용하는 식으로 타자를 치는 사람을 봤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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