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소설을 읽었다.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원년의 풋볼"이라는 소설이다. 물론 이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데, 오에 겐자부로가 이 소설을 써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뭐...그거야 받은건 부러울 따름이고, 소설은 소설이니 난 그냥 읽을 따름이었다.

이하, 스포일러일지도 모름.

굉장히 섬세한, 어쩌면 장황할지도 모르는 상황 묘사를 전개하며 등장인물의 심리를 이끌어간다. 화자는 1인칭이지만 관찰자 시점이며, 실질적인 주인공은 화자의 동생인 다카시다. 절제되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한 느낌의 문장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각각 인물들의 고민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이 누구나 갖고 있는 본질적인 외로움이 드러난다. 어째서 외로운가, 그것은 말하면 안되는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말해서는 안되는 진실을 말하는 순간, 그것을 말한 사람은 죽거나 미쳐야 한다.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작가이지만, 작가가 말한 것은 이미 거짓으로 꾸며낸 소설이므로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진실을 말한다.

이 표현을 보고 내가 느낀 것은, 나 역시 그 어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결코 말해서는 안되는 나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죽을때까지 말할 수 없을 것이며, 죽고나서도 누구도 알아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진실은 알려지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궁극의 사적인 부분일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진실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타인은 나의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나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다.

그리고 더불어 공동체 속에서 인간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다. 내가 집중해서 보지는 않았지만. 또한, 전쟁 이후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 부분은 뭐라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일본에 침략을 받아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괴로웠던 건 사실이지만, 해방 이후, 거꾸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조선인이 일본인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것이 상관 없다고 하기에는 이상하니까.

소설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다루면서 지나가는 것 같은데, 내가 독서력이 약하여 이것을 모두 잡아내지는 못한 것 같다. 언젠가 내용을 까먹었을 때 다시한번 두근거리며 읽고 싶은 소설이다.

뱀다리 - 이정도 소설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면, 우리나라 소설에도 이정도 수준에 버금가는, 또는 상회하는 소설이 있다고 본다.  "토지"가 아마 비견되지 않을까? 그러나 외국에 알려지지 않아서 노벨상 위원회에게 전달이 안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by snowall 2007. 9. 9.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