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면에서 던진 물체가 어떤 경우에 최대한 멀리 날아가는가에 관한 문제는 아주 오래되고 중요한 질문이죠. 공기 저항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는 45도인 경우에 가장 멀리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물론 수식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대 높이인 경우가 90도이고 최소 높이인 경우가 0도이므로 그 중간에 있는 45도가 가장 멀리 갈 것이라는 직관적인 답도 있는데, 이 경우는 발사 각도에 따라서 변하게 되는 수평 도달 거리가 각도에 비례하지 않으므로 틀린 답이 됩니다.

(이건 동전의 양 면에 대해 각 면이 나올 확률이 같으므로 동전은 "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맞먹는 억지라고 할 수 있겠죠)

일단 지표면이 완전히 평탄하고 공기 저항이 없으며 중력가속도가 모든 곳에서 일정하다고 가정합시다.

우리가 원하는 도달 거리를 정해놓고, 어느 각도일 때 최소의 에너지로 도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원래의 문제와 같은 문제가 됩니다. 특정 각도에서 최소 에너지로 원하는 만큼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에너지일 때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다는 것과 같겠죠.

이제, 좌표계를 설정하는데 x축을 지표면이라고 하고 높이를 y축으로 두는게 좋겠죠. 그럼 물체의 궤적은 포물선을 그리게 되므로 x축 위에 있는 두개의 근 사이의 거리는 우리가 원하는 도달 거리가 됩니다.

그런 다음에, 두개의 근을 지나가는 포물선을 아주 많이 생각해 봅시다.

포물선 위의 특정한 한 점에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를 더한 값은 어떤 점을 고르더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높은 꼭대기 지점에서의 전체 역학적 에너지는 출발점에서의 역학적 에너지와 같습니다.

바로 이 꼭대기 지점에서의 역학적 에너지가 최소인 경우가 우리가 원하는 경우가 됩니다.

(아무점에서나 역학적 에너지는 같으므로 꼭대기 점을 따져도 상관없습니다)

이때, 수평속력이 빨라지면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높이가 높아지면 위치에너지가 커집니다. 만약 어떤 특정 포물선에서 역학적 에너지가 최소라면, 그 포물선보다 높이가 높거나 낮으면 당연히 역학적 에너지도 최소값보다 커져야겠죠.

언제 에너지가 최소가 될까요?

바로 최대점에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가 같을 때 최소가 됩니다.

도달 거리가 정해져 있으므로 수평속력이 조금 빨라지면 높이가 낮아져도 되고, 수평속력이 조금 작아지면 높이가 높아져야 합니다.

그럼 운동에너지 부분에 등장하는 수평속력은 도달 시간에 반비례합니다. 그런데, 도달 시간은 곧 비행시간과 같고, 비행시간은 높이의 제곱근에 비례합니다.

즉, 운동에너지 부분은 높이에 반비례합니다. (운동에너지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고, 결과적으로는 높이의 제곱근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도달 거리가 정해져 있는 경우 운동에너지는 높이에 반비례하고 위치에너지는 높이에 비례합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에서 최소값은 두 항의 크기가 같은 경우에 나타납니다.

(왜 그런지는 조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최대점에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가 같은 경우에, 주어진 도달거리를 만들기 위한 최소 역학적 에너지를 갖게 되죠.

그런데 최대점의 위치에너지는 출발점의 수직 방향으로의 운동에너지가 됩니다. 즉, 운동에너지에서 수직성분이 주는 부분과 수평성분이 주는 부분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운동에너지의 성분에서 다른 요소들은 모두 같으므로 수직성분과 수평성분의 크기가 같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던질때의 기울기는 1이 나와야 하고, 이것은 각도로 45도가 됩니다.



어떻게 보면, 쉬운 문제를 일부러 복잡하게 풀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이런식으로 관점을 바꿔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위에서 "같은 근을 가지는 많은 포물선을 생각해 보자"고 얘기했고, "각각의 포물선은 정해진 역학적 에너지를 갖는다"고 얘기했는데, 이러한 개념은 실제로 아주 많이 쓰이는 개념으로서 "범함수(functional)"라고 부릅니다. 포물선 자체가 좌표들의 함수인데 역학적 에너지는 좌표의 함수가 아니라 포물선을 변수로 가지는 함수가 된 거죠.

이러한 최소화 방식은 수학자 라그랑지와 수리물리학자 해밀턴에 의해 정식화 되어 "최소 작용의 원리Least Action Principle"가 되었고, 이것으로부터 오일러와 라그랑지는 새로운 운동 방정식을 찾아내게 됩니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고전역학에서만 쓰이는 한계가 있지만, 최소 작용의 원리와 그로부터 유도된 라그랑지 운동방정식과 해밀턴 운동방정식은 확장되어서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을 비롯하여 현대에 들어와서 입자들의 특성을 규명하는 일, 로봇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일, 경제학 이론의 분석, 우주 탐사 로켓의 궤도 계산, 3D애니메이션의 진짜처럼 자연스러운 표현 등에 두루 응용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주 많이)



by snowall 2006. 8. 13.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