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가드너의 "아하!"라는 책에 보면 위와 같은 원통형 카펫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가 나온다. 주어진 정보는 단 하나인데, 안쪽 원에 접하는 접선의 길이가 100미터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사실만 알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그럴까?
원래 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들 알다시피 바깥쪽 원의 넓이와 안쪽 원의 넓이를 구해서 빼줘야 한다. 원의 넓이는 원의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리고 한가지, 원에 접하는 직선은 반지름과 그 접점에서 수직으로 만난다는 것. 그럼 이제 우리는 직각삼각형을 그릴 수 있다. 접선의 절반과, 작은 원의 반지름과, 큰 원의 반지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접선의 절반 길이의 제곱과 작은 원의 반지름의 제곱을 더하면 큰 원의 반지름의 제곱이 나온다.
이 말을 바꾸면, 큰 원의 반지름의 제곱에서 작은 원의 반지름을 빼면 접선의 절반 길이의 제곱이 나온다는 것이다.이렇게 놓고서 각각의 항에 원주율을 곱하면? 우리가 원하는 값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답은 2500pi가 된다.

이 문제야 웬만큼 잔머리 굴릴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풀 수 있다. 중요한건 힌트가 어떻게 주어져 있는가이다. 힌트가 "이걸 해봐라" 라든가 "이런것을 이용하면 된다"가 아니라 "이 문제는 쉬운 문제다"라는 것이 힌트라는 점. 이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왜 그것이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인간이 갖고 있는 능력은 한계가 있다. 내 주변에는 머리가 아주 좋은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정도의 천재는 아니다. 그냥 탁월하게 좋은 것일 뿐 나보다 아주아주아주아주 좋은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조차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쉽다"는 힌트가 주어지기 위해서는 이 문제는 정말로 쉬워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문제를 어렵게 해석하는 한 내게는 해결 방법이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쉽게, 가장 간단하게, 단순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는 원론적인 부분부터 돌아가자. 대부분의 수학 문제는 주어진 수준에서 그보다 더 어려운 수학을 요구하지 않는다. 즉, 중학생 수준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힌트라는 것은 "그게 무슨 힌트냐!"라고 출제자를 원망하기 이전에 자신이 가진 기초적인 지식을 다시한번 돌아봐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by snowall 2006. 10. 8.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