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난민 구호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거리엔 한국 소형차 물결… 구호활동 한국인은 1명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03/2007120300075.html


기사 일부를 인용해 보자.
하지만 금세기 최대 비극이 벌어진 이곳 다르푸르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유엔 산하 기구나 민간 단체 소속 한국인 구호인력은 한 명도 없다. 엘 파셰르에는 국제 민간단체(NGO) 25곳이 활동하고 있고, 적십자사도 국제적십자사 외에 국가 단위의 적십자사 3곳이 들어왔다. 엘 파셰르에서 가장 오래된 난민촌 ‘아부 쇽’ 난민촌을 운영하는 기관은 스페인 적십자사다. 일본인들의 경우,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기구 소속으로 엘 파셰르에서 일한다.
(중략)
WFP수단 사무소(소장 일본인 오시다리 켄로)는 다르푸르 주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300만명에게 식량을 지원한다.
기자가 이 문장을 어떤 생각에서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아, 구호활동 많이 가라!"라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구호활동 가는건 좋은 일이다. 그것 자체를 갖고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기사 전체적으로 구호활동을 하는 나라나 구호인력의 국적에 관한 강조가 상당히 많이 되고 있는 것은 조금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구호활동에서 국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구호활동은 국적과 상관 없이, 어떤 사람이 활동을 하든지 관계 없이 위대한 일이다.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아낌없이 붙여도 된다. 그런데 지금 저 기사는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 있지 않으니 국가적 위신이 떨어진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면서 기사를 쓰고 있다.
다르푸르 지역에 한국인이 많이 가야 할 이유따위는 전혀 없다. 누구보고 가라고 강요해서도 안되고, 또한 그곳의 일을 오직 한국인만이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이 많이 갈수록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저렇게 의도적으로 많이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은 어찌 보면 놀부가 제비다리를 고쳐주는 심보나 마찬가지라고 보인다. 모든 구호 활동가들이 다르푸르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며 가지 않는다고 욕할 일도 아니다.
심지어 예전에 국제 분쟁지역에 나름 구호활동하러 갔던 30여명의 청년들이 납치되었다가 두명 죽고 전원 죽을뻔하다가 간신히 살아돌아온 일을 잊은 건 아닌가?[각주:1] 위험한 지역일수록 활동가를 파견하는 일은 신중히, 섬세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지 못하는 어떤 또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저기 다르푸르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윤선희씨의 위대함을 깎아내리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기사를 이상하게 작성하여 그곳에 가지 않은 대다수의 한국인들보고 부끄러워 하라고 강요하는 조선일보를 비판하고자 함이다.
  1. 분명히 까먹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12. 3.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