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해킹 키보드 프로페셔녈 2 - 통칭 HHKP2
가격, 사진, 제원 등등은 키보드 매니아를 참고.

구입은 대략 8월 첫주에 했으니, 이제 4개월정도 사용한 셈이다. 그동안 이녀석은 나에게 20만 4500원이라는 아주아주 부담스러운 가격에 걸맞는 만족감을 선사하였다. 게임을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언제나 최고의 키감을 보여준다. 사실 처음 두들길 때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그냥 가볍다는 느낌 외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단히 가벼운 키감을 보여주는 키보드다. 하지만 이 키보드를 사용하다가 다른 키보드를 10분정도 두들겨 봤더니 더이상 그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었다. HHKP가 아닌 키보드를 손가락이 거부하는 것이었다. 다른 키보드를 한참 두들기다 보면 HHK를 쓸 때보다 빨리 피곤해 진다. 그나마 HHK는 장시간 두들기더라도 많이 피곤해 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타속이 50% 향상되었다. 대략 한글 기준으로 분당 500타정도 나오는 타수가 HHK를 사용하면 700~800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글을 실시간으로 옮겨 적을 수 있다는 것은 나처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새끼 손가락으로 키를 누르더라도 부담 없이 키를 누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새끼 손가락이 편하다. 타자 연습 프로그램에서는 Q, A, Z와 Tab, CpasLock, Shift를 새끼 손가락으로 치도록 되어 있는데 사실 키를 누르는데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되면 실질적으로 새끼가 아니라 넷째 손가락을 이용해서 누르게 된다. 새끼 손가락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타속이 늘어난 것 같다. 물론 습관적으로 넷째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새끼 손가락을 이용하여 키를 누르는 것을 연습하는 중이긴 하다. 아무튼, 해피해킹을 사용하고 있다 보면 키보드 두들기는 것이 즐거워 진다. 문서 만들기나 코딩같은 것은 하다보면 짜증날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 자체만큼은 즐거운 작업이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해피해킹을 이용하는 중인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이 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키압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의 장점은 작은 사이즈와 숫자키와 일체된 펑션키, 그리고 컨트롤 키의 위치이다. 컨트롤 키를 새끼 손가락으로 누르기 위해서는 손목을 아주 많이 꺾어야 한다. 단축키를 사용할 때 손을 통째로 아래로 내리거나 양손을 이용해서 누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움직이는 것 자체를 귀찮아 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귀찮은 일이다. 그리고 타자 칠 때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면 아주 편하지 않을까? 그래서 컨트롤키가 일반 키보드의 CapsLock 자리에 있는 것은 아주 타당한 선택이라고 본다. 실제로 CapsLock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있을까? 난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키보드에 있는 100여개의 키 중에 가장 활용도가 떨어지는 키를 꼽으라면 CapsLock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필요성이야 있다고 하더라도, 잘 누르지도 않는 키를 손가락이 가장 잘 닿는 곳에 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펑션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손을 들어서 위로 옮기지 않으면 일반 키보드에서는 펑션키를 누르기가 힘들다. 물론 이것도 내 경우에만 귀찮다고 느끼는 것이지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피해킹을 이용하면 Fn키와 숫자키의 조합으로 누를 수 있는데, 펑션키와 숫자키를 동시에 누를 일이 없다는 점에서 이것은 아주 중요한 발전이다.

편집키의 위치도 ㅑㅐㅔㅏㅣ;,./키들이 있는 위치로 옮겨져서 펑션키와 같이 누르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편리하다. 일반적인 103키 키보드에서는 문서의 위치를 옮겨다닐 때 편집키를 이용하려면 손을 통째로 옮겨야 한다. vi에서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esc모드를 만들어서 사용하지만, HHKP는 그것을 펑션키를 통해서 해결해 버렸다. 그 결과 HHK는 일반 워드프로세서에서도 더 편리한 키보드가 되었다.

잘 생각해 보면,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문서 작업을 할 때 편집키를 쓰기 위해서 손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편집키를 사용하여 커서를 움직인 후 다시 손을 글자키 위로 옮겨와야 하는데, 이것은 시간 낭비이다. 그것도 쓸데없는 시간 낭비에 해당한다. 이 짧은 순간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면, 그 짧은 시간을 모아서 글쓰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마우스를 이용하러 손이 움직이는 거리가 짧아진다. 이것도 마음에 드는 점이다.

해피해킹은 더이상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기 곤란해지는 키보드이다. 만약 이것을 구입하고 싶다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키보드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by snowall 2007. 12. 12. 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