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되었다. 못보던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 못볼꼴을 보고야 마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오늘 친척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의 재산 분쟁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대략, 우리 집안 사람들은 물려받을 재산이 어차피 거의 없어서 상관이 없는데, 다른 집안들은 재산이 쥐꼬리만큼 있어도 그걸 차지하기 위해서 거의 폭력까지 불사하고 의절까지 할 정도로 다툰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나니, 예전에 케이크 자르기 문제가 생각이 났다. 이때 사용한 전략은 분배하는 사람과 선택하는 사람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이 전략을 재산 분배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한쪽도 양보하려는 사람이 없으므로, 내 생각에 이 전략은 여기서도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 몇가지 제한 조건을 걸어둔다.

1. 재산을 받을 사람은 단 두명이다. 두사람을 각각 A와 B라고 부르자.
2. A와 B가 받을 재산의 형태는 2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만약 2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없는 형태의 재산은 일단 이 논의에서 제외하고 따로 다룬다.
3. 재산을 받게 되는 두 사람은 이 전략에 의해 결정된 자신의 몫에 절대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이렇게 해 두고 나면, 사실상 전략이라고 할 것도 없이 똑같아 진다.

A는 재산을 2개의 부분으로 나누고, B는 그 나눠진 재산 중의 한쪽을 선택하여 상속받는다. A는 나머지 한 부분을 받게 된다. 규칙대로 한다면, A는 두 부분중의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B는 자신이 나눴으므로 할말이 없다. 특히 B는 자신이 어느 한쪽을 크게 만드는 순간 그쪽을 A가 선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다면 옆에서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안그러면 이의를 반드시 제기할 것이다.) 어느 한쪽을 크게 만들 수 없다. 어쨌든 이 방법은 공평한 방법이고, 두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만 확실하면 어느쪽도 불만은 있어도 할말은 없다. (이것이 공평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인 사람이라면 유산을 아무리 많이 받아봐야 순식간에 날려먹을 사람일 것이다.)

사실 유산 상속 분쟁의 핵심은 형제들이 여럿이 있을 때 어느 한명이 그것을 독차지 하기 위해서 생긴다. 가령, 장남은 자신이 장남이니까 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차남은 자신이 부모님을 모셨으니까 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큰딸은 오빠들만 받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각각의 마누라와 남편들까지 합세하면 진짜 전쟁이 난다. 따라서, 서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져가겠다고 싸우게 되면 원하는 몫의 총 합은 항상 받을 재산의 총합보다 많아지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죄수의 딜레마 논의는 존재하는 것이다.

형제가 항상 두명일 수는 없다. 만약 형제가 두명보다 많이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케이크 자르기 문제에서는 조각이 커지는 방향으로 잘라가다가 "그만!"이라고 외친 형제가 거기까지의 몫을 먹고 떨어지는 방법을 사용했었다. 그렇다면, 유산의 경우 분배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차츰 크게 분배하기로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가령, 은행 잔고가 1억원이 있으면 1초에 1만원 단위로 올려가면서 자신이 받고 싶은 만큼의 양이 되었을 때 "그만!"이라고 외치는 방법은 어떨까?

가령, 부동산이 10만 제곱미터가 있으면 1초에 10제곱미터 단위로 올려가면서 자신이 받고 싶은 만큼의 양이 되었을 때 "그만!"이라고 외치는 방법은 어떨까?

고급 자동차는 자를 수 없는 단일 품목이므로, 시세를 평가한 후 은행 잔고로 편입해서 가져갈 사람이 자신의 몫에서 그만큼을 제하고 내면 될 것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남기고 간 회사의 경영권이 있을 수 있다.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인간들이 회사 경영을 맡아봐야 말아먹기 십상이므로 이쪽은 그냥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주식이나 빨아먹기를 바란다.
by snowall 2008. 2. 9.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