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 글은 중앙대 대학원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최근 K-리그 축구 경기 도중 심판에게 욕설을 내뱉은 이천수 선수가 6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최근 한나라당의 김용갑 의원은 그들을 심판할 권한을 갖고 있는 국민을 모욕했으니 피선거권을 6번정도 제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용갑 의원이 10월 26일에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들과 관련되어 엄청난 양의 말들이 오가고 있다. 관련 보도 내용을 살펴보건대, 김용갑 의원은 자신보다 조금만 왼쪽에 있어도 모두 빨갱이로 몰아붙일 수 있는 힘을 가진 것 같다. 물론 김용갑 의원의 발언이 모두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만 근거를 두고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는건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다. 공식 석상에서 나오는 반말이나 빈말로 주고받는 감정 싸움은 다 용서하고 넘어가주자. 하지만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을 대표하여 통일부 장관을 질책하는 사람답게 국민 모두가 동의할만한 근거와 논리를 사용하여 통일부 장관이 변명조차 못할만한 날카로운 질의를 했어야 한다.
비단 특정 정당, 특정 의원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근거나 논리 없이 주장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색깔론은 대표적인 억지 주장의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그들의 반복된 억지 주장으로 야기된 국회 파행으로 계류되는 중요한 사안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국회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나 법령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내 생각에, 국회의원들이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년 대선에 어떻게 이기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국민들을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고 논의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데 있어 여러 의견들이 대립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싸움의 무기가 치밀한 논리와 명확한 근거가 되어야지 권위주의와 큰 목소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색깔론? 이제는 그만하기를 바란다. 정치인들이 색깔론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금까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개개인의 사상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나는 정치인들이 허울뿐인 색깔론으로 국민들의 시각을 칠하려 하지 않고, 합리적인 주장을 통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치밀한 논리로 상대를 벙어리로 만드는 손석희 교수를 조금이라도 닮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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