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배웠던 예체능 통합 교과 과목인 "즐거운 생활"에 등장하는 노래중에는 굉장히 독특한 형식의 노래가 있다. 바로 "돌림노래"라는 것인데, 한 사람이 노래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한마디 늦게 노래를 시작한다. 이런식으로 4개 정도의 부분으로 한 반을 나누어서 한 곡을 완성하는 것이다. 고전적인 음악 양식에서는 푸가(Fugue) 형식이라고 하는 것 같다. (아닐지도...)

그런데, 이 노래의 특징은 어느 한 부분에서도 끊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노래를 끝낸 시점에서 다시 노래를 처음부터 부르기 시작한다면, 한 사람은 한 곡을 다 불렀을 때 노래를 끊었다가 부르게 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노래가 끊기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을 깨달은 후, 나는 달력을 살펴보게 되었다.

달력은 음악의 악보와 비슷한 구성을 갖고 있다. 1개의 월은 4개의 주로 되어 있고, 각각의 1주는 7개의 날짜로 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1주일 중에서 6일을 일하고 1일을 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날은 공통적으로 일요일이다. 따라서 일요일에는 모든 업무가 정지된다. 더군다나 요즘은 토요일날도 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계산해 보면, 대략 1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 중에 14%에서 28%의 시간 동안은 업무가 정지된 상태이다. 금융권의 영업일도 토요일과 일요일은 계산에서 뺀다. 만약, 주말에 정지되는 업무들을 없애고 1주일 내내 업무를 돌릴 수 있다면 우리의 생산성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 이외에도 피로를 풀기 위하여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 이 휴식 시간이 없다면 사람은 피로를 풀지 못해서 차츰 효율과 성과가 감소하여 결국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휴식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이 제대로 놀기 위해서는 긴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1주일에 2일 정도의 휴일을 주는 것은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업무가 1주일 내내 돌아가는 것 역시 중요한 점이다. 그렇다면 이 둘을 절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누군가 앞서서 생각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 생각은 누구의 생각을 참조하여 생각해낸 것이 아니다.

처음에 내가 언급하였던 돌림노래의 구조를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다. 가령, A라는 직원은 1일부터 5일까지 근무하고 6, 7일은 쉰다. B라는 직원은 2일부터 6일까지 근무하고 7, 1일을 쉰다. 이런 패턴으로 7명의 직원을 두면 1주일 내내 업무를 돌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7명이 1주일동안 5일씩 일하는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35일을 근무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숫자는 휴일을 언제로 잡는가에 관계가 없다. 하지만 만약 이 시스템이 사회 전체적으로 정착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모든 공장이 1주일 내내 돌아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금융 시스템이 1주일 내내 돌아가게 된다. 택배가 주말을 끼어서 며칠씩이나 늦게 도착하는 일이 없게 된다. 그러면서도 모든 근로자가 1주일에 2일의 휴일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과 비교를 해 볼 때, 실질적으로 어떤 날이든지 20%정도의 노동력이 감소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전체적인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증가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업무가 몰려오는 금요일 오후와 같은 시간은 어쩌지?
여기서 이미 틀을 벗어나지 못한 사고를 하게 된다. 금요일 오후에 업무가 몰려오는 이유는 토요일날 쉬기 때문이다. 만약 토요일날 쉬지 않는다면 금요일 오후에 몰려오는 업무의 일부를 토요일에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요일이나 주기에 업무가 몰려올 이유가 없게 된다.

어떤 도로든지 막힐 수 있다. 8차선 도로를 뚫든 16차선 도로를 뚫든 한번에 지나갈 수 있는 차량의 수보다 더 많은 차량이 지나가기를 시도한다면 도로는 막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막힌 도로를 뚫기 위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차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차량을 줄이는 방법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실제로 차량의 숫자를 줄이는 것(공간적인 분산)과 시간적으로 차량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공간적인 분산은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차들이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럼 차들이 있을 곳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적인 분산은 추가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어갈 것이다. 차들은 어쨌든 길 위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일이 몰려오는 경우가 있다.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속력은 정해져 있는데 그 속력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일이 쌓인다면 그 사람은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남게 된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일이 몰려오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겨주든가(공간적인 분산) 시간적으로 일이 몰려오지 않고 분산되어서 등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특정 시점에 사고가 터져서 일이 몰려오는 것은 제어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를 빼놓는다면, 일이 몰려오는 것들은 대부분 주기적인 일이다. 매일 하는 일, 매주 하는 일, 매월 하는 일, 매년 하는 일. 각각의 주기 단위에 대해서 일은 몰려온다. 매일 하는 일은 퇴근 직전에 쌓여있고, 매주 하는 일은 금요일에 쌓여있고, 매월 하는 일은 월말에 마감때문에 야근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막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기성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물 흐르듯이 부드러운 업무 처리가 되도록 사람들의 휴일 일정을 서로 어긋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사람들이 조금 줄어드는 효과가 나기 때문에 개개인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기성이 없어지게 되면 사람들에게 일이 몰려오는 상황이 적어지게 되고, 따라서 개인의 업무 효율은 올라가게 된다. 대부분의 시간은 사람들이 항상 일을 모두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데, 가끔 일이 몰려오기 때문에, 일이 몰려오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은 언제나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된다.

따라서 주기서을 없애기 위해 쉬는 일정을 어긋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미 일부에서는 사용하고 있다. 몇가지 필요한 곳의 예를 들어보자면 관공서, 은행, 그리고 AS센터이다.

특히 AS센터가 가장 쥐약인데, 정말 AS센터의 업무 시간을 일반 직장인의 업무시간과 동일하게 잡아두는 곳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 결국 일반 직장인들은 AS를 받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S기사들의 휴일 일정을 어긋나도록 조절하면 1주일 내내 AS센터를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럼 AS기사들은 항상 상주하게 되고, 또한 일반 직장인들 역시 휴일을 어긋나게 조절하면 특정 개인은 자신이 가진 공휴일에 AS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AS센터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테니까. 관공서나 은행도 마찬가지 이유로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한 곳이다.

덧붙이자면, 이 시스템 확산에 가장 걸리는 것은 결국 종교다. 어떤 종교는 무조건 "일요일"에 쉬어야만 하는 곳이 있고 그 종교는 사회의 뿌리깊게 의식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by snowall 2008. 5. 3. 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