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글들도 내용이 보강되면 새로 갱신할 계획이다. 내용이 부실하다고 완성될 때 까지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쓸 수 없다.

중성자는 물질 입자(fermion)지만 중성이라서 뭔가 특이하다. 일단, 대전된 입자에서 보이는 브래그 피크 현상이 없다. 브래그 피크는 하전입자가 물질 속을 통과할 때, 특정 깊이에서 완전히 흡수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깊이는 에너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에너지가 클수록 깊어진다. 중성자는 빛과 마찬가지로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하는 특징을 보인다. 흡수율이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하는 특징은 예전에 쓴 글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http://snowall.tistory.com/1619

아무튼 중성자는 빛도 아니고 하전입자도 아니기 때문에, 매우 독특한 피폭 특징을 갖는다. 우선, 깊이 침투한다. 아무리 에너지가 낮더라도 같은 에너지의 양성자보다 깊이 들어간다. 우리 몸에서도 피부는 그나마 자외선같은 방사선에 항상 노출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 그리고 계속 벗겨지므로 어느정도 피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성자는 그걸 무시하고 깊이 들어가서 내장을 피폭시키므로 문제가 된다. 또한, 중성자는 원자의 핵종 자체를 바꿀 수가 있다. 에너지가 작다고 하더라도 전자기력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핵 근처에 가서 핵과 달라붙거나, 핵을 깨트릴 수 있게 되는데, 그 결과 2차적인 방사선이 방출된다. 그리고 화학 결합 자체가 달라지므로 분자 구조가 망가지게 된다. 만약 그 망가지는 분자가 DNA거나 세포의 다른 중요한 단백질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중성자 폭탄은 한때 매우 깨끗한 폭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핵폭탄을 만들면서, 핵폭탄의 껍데기에 방사선을 받고 중성자를 많이 방출하는 물질로 싸면 중성자 폭탄이 완성된다. 그럼 중성자탄이 투하되면 그 자리에는 대량의 중성자가 방출되는데, 앞서 말했듯이 중성자는 건물 벽을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피할 방법이 없다. 그냥 핵폭탄이라면, 중성자 말고도 다른 종류의 방사선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방출되므로 건물 안에 있으면 그나마 조금 나을 수도 있지만, 중성자탄의 폭격에서는 피할 장소가 없다. 그럼 중성자는 영향을 받는 장소 전체의 생명을 없앤다. 이른바, "멸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물론이고 세균 1마리도 살아남기 힘든 장소가 된다. 물론 폭발 자체가 강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물에는 영향이 없다. 정확히 그라운드 제로[각주:1]의 근처가 아닌 한 대부분의 건물은 그대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중성자의 반감기는 대략 13분이다. 13분정도 후면 중성자 자체는 모두 사라진다고 봐도 된다. 물론, 다른 핵이랑 결합해서 방사선이 계속 방출되기는 하겠지만, 그 양은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투하 후 대략 1시간 정도 후에 걸어 들어가서 깃발 꽂으면 된다. 물론 집집마다 쓰러져 있는 시체 치우는 삽질을 해야겠지만...[각주:2]

이번에 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현장 근처에서 중성자가 검출되었다고 해서 엄청 난리가 났던 것도 이와 같은 특징 때문이다. 다른 방사선은 일단 옷 입으면 저에너지 방사선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중성자는 에너지에 상관 없이 막을 방법이 없다. 중성자를 차단하려면 핵력으로 차단해야 하는데, 당구와 볼링을 쳐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큰 덩어리에 작은 덩어리가 부딪치면 에너지가 거의 교환되지 않는다. 질량이 비슷해야 에너지를 잘 잃어버리는데, 중성자와 질량이 비슷한 것은 알다시피 양성자 뿐이다. 따라서, 수소가 많아야 중성자를 멈출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몸의 70%는 물이다. 수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바로 그 물.

따라서 중성자의 습격을 피하려면 수영장이나 바닷물에 들어가 있으면 된다. 그럼 중성자는 많이 산란되어 인체에 도달하기 힘들어 진다. 물론 중성자 피하려다가 익사하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겠지만.

원자번호가 5번인 붕소는 우리가 "백반"이나 "명반"이라고 부르는 물질에 많이 들어 있다.[각주:3] 그리고 붕소는 중성자를 잘 흡수한다. 따라서 핵반응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물질이다. 붕소가 왜 중성자를 잘 흡수하느냐는 묻지 말자. 길어진다.

다만, 붕소가 중성자를 막아준다는 것이 몸에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함부로 먹지 말자.

아무튼, 이 중성자는 핵변환을 잘 시켜준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옛날에는 방사선 치료에도 쓰였다고 한다. 물론, 주로 사용되는 곳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분열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사용된다.
  1. 폭탄 투하 장소 [본문으로]
  2. 중성자탄에 관한 얘기는 나도 주워들은 것이라 출처가 없다. 너무 황당한 얘기라서, 어쩌면 사실이 아닐지도... [본문으로]
  3. 맞다. 봉숭아 물 들일때 쓰는 바로 그것이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3. 22.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