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7/13/2007071300966.html

몇년만일까. 이런 쓰레기같은 글을 읽게 된 것이. 슬프다 못해 눈물이 나려고 한다. 블로그에는 차마 적을 수 없는 육두문자와 된소리 단어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가 내수 서비스업과 유통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물건들은 전부 수입해서 외화 다 빠져나가고, FTA되면 먹거리도 다 외국에서 수입해 올거고, 이공계에 투자 안하면 그나마 굴러간다는 IT도 없으니 돈 들어올 구석은 없고 나갈 구석만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많으니 돈 많은 사람들은 편하게 살겠다. 그럼 돈 없는 사람들은 서비스업에 종사해야 하나? 그것도 경쟁 심해지면 똑같이 돈 못벌텐데.

기사 본문을 인용해 본다.
안타까운 현상이지만 한국 경제가 이공계 산업에만 붙잡혀 있을 만큼 한가하지는 않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이유는 세계 경제의 통합 과정에서 각 나라의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인들이 중국과 인도에 다녀오면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한다. 이는 제조업에서는 중국, 인도와 경쟁할 수 없다는 얘기다. 두 나라와 동남아 국가, 브라질이 이제 전 세계에 값싼 소비재를 공급하는 거대한 제조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무슨, 헛소리인가. 제조업은 당연히 원자재와 인건비 싸움이다. 사람 많은 동네와 경쟁하는 것은 당연히 힘든 일이다. 이공계 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두뇌 싸움이다. 당신이 존경해 마지 않을 저 "위대한" 지도자 회장님 "이건희" 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한명의 천재가 백만명을 먹여살린다지 않던가. 이공계 산업을 함부로 제조업과 동격으로 만들어 버리면 안되지요. 당장 당신네 글 써놓은 조선일보 홈페이지는 웹 프로그래머와 웹 디자이너가 만든거 아닙니까?

어디서 또 주워들은건 있어서 수학을 금융에 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하는군. 금융은 자산 운용의 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자본의 크기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알아보더라도 돈이 없으면 못 하는 법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자본력은 해외 거대 자본을 막을 수 없다. 당장 외환은행만 봐도 먹튀 당하고 있지 않는가. 금융수학, 금융공학 등 수학적 지식을 경영/경제학에 도입하려는 시도? 좋지. 그런데 그건 기본적으로 이공계 교육이 제대로 된 다음에 하는 얘기다.

http://snowall.tistory.com/250
위의 글에서 밝혔듯이, 기초 과학이라는 분야는 "최첨단"이 되기 위해서라도 투자해야 하는 분야이다. "투자"라는 것은 결코 "대출"이 아니다. 수익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으며 성공하면 큰 이익을 볼 것이 기대되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다. IMF때 가장 먼저 짤린 사람들이 연구원들이었다지.

영국의 경우 금융·부동산업에서 밥벌이하는 취업자 숫자가 제조업 분야보다 60%가 많다.
영국은 그렇겠지. 우리나라에서도 금융, 부동산업에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이 강남 땅값 올리는 거 아닌가?
부동산이나 금융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돈을 이용해 돈을 벌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므로, 그 돈을 빌린 사람들이 물건을 만들어내서 팔게 되는, 그런 간접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그걸로 많은 사람들이 돈 벌어먹고 살면, 물건 만드는 사람들은 뼈 빠지겠다?

이공계만 문제인가? 그럼 일단 돈 안되는 인문과학 없애고, 사범대는 임용고시 학원으로 바꾸고, 우리나라 영화랑 음악도 표절이다 실패다 말 많은데 예술대도 없애고, 법대는 로스쿨 만들거니까 없애고, 의대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바꿀테니 없애자. 종합대학은 모두 단과대학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어문계열이랑 경영대는 남겨놔야겠네. 중국에 투자하고 미국이랑 얘기하려면. 아, 금융 전문가 만들려면 수학과는 남겨놔야지. 그리고 당신같은 기자 만들려면 신문정보학과도 놔둬야겠지. 뭐, 이것도 언론고시학원으로 바꾸시고.

천재? 앨버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토마스 에디슨, 아이작 뉴턴 등등은 이시대의 한국에 태어났으면 모두 쓰레기 취급 받다가 백만 실업자중의 한명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사람들이다. 천재가 있어도 못알아보는 주제에 잘도 천재 키우겠다. TV에 나왔던 천재들은 지금 뭐하시려나.

참고로 "바이오 분야"도, "나노 기술"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핵융합 발전 연구"도 모두 이공계다. 그것도 천재 과학자 한두명이 하나씩 맡아서 하는 연구가 아니라 각 분야의 박사급 수십명, 석사급 수백명이 참여해서 십수년을 연구해야 우리나라가 "최첨단"이 될 정도로 어려운 분야다. 이공계 위기론은 당신네들이 싫어하는 입자물리나 천문학자들만 말하는게 아니다. 과학자들은 책팔아서 먹고 사나? 돈을 줘야 저런 분야에서 연구하고 성과도 내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도 되고 노벨상도 받고 그러는 거 아닌가.

이공계 살리기가 숭고한 애국운동이거나 선진국으로 가는 경제살리기 전략인 것으로 몰고 가서는 곤란하지. 물론 곤란하다. 이공계 살리기는 애국운동도 아니고 경제 살리기 전략도 아니다. 이공계 종사자들이 먹고 살자고 하는,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밥그릇 싸움이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이 물건을 만들어서 사고 파는 과정 전체를 말하는 것이고, 사고 팔기 위한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드는 것은 기술일진대 그걸 단지 "만들기" 만으로 호도하여 이공계에 목숨걸지 말자고 하는 건 대체 어디다 국운을 걸자는 얘기인가. 한류? 우리나라가 휴대전화 만들어 파는데 당장 퀄컴에 주는 로열티가 얼마나 되는지 들어는 보셨는지. 그게 이공계가 죽어서 못했다면, 우리는 어째서 그런 로열티를 받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가. 이공계가 죽었으니까? 그럼 그냥 죽여놓고, 만들지 말까? 이공계 없이 그런 로열티 받는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임진왜란 때 일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이 조총때문이었다. 일제시대 때 점령당했던 것도 군사 무기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다. 기술자 천대하다고 해외 문물 막다가 그꼴 났다. 지금은 그나마 다행히도 우리나라 무기도 국산화 하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국산화 기술은 이공계에서 안하나? 인문계에서? 어문계열에서? 금융권에서 개발하나? 국방 기술을 수입할 수 있을까? 그건 맨입에 가르쳐주나? 절대 맨입에 안나오지. 차라리 우리가 개발해서 외국에 팔아야 비싸게 먹히지. 대체 이공계 죽여놓고 국방은 무슨 헛소리고 국력 증강은 어떤 개소리냐. 조선일보의 논설실장이라는 사람은 다시한번 일제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것인가. 당신네가 가장 미워하는 북한의 군사력은 남한이 쌀 주고 경유 줘서 저절로 된 것일까? 대포동 미사일은 쌀과 경유만 있으면 저절로 만들어질까?

마치 이공계가 한국 경제 다 죽인다는 식의 헛소리, 제발 그만하시기를.

*이공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이 글을 적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공계 살리기 안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식의 논리가 너무나 거슬렸기에 적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덧붙여 둡니다. 제 얘기는 제조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제조업과 이공계가 같은 것이 아니라 제조업의 근간이 이공계열의 연구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by snowall 2007. 7. 15.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