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에서 일본산 수입 식품의 방사선 검사 기준을 완화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260600035&code=92050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32&aid=0002411384


요약하자면, 1800초동안 검사해서 검출되면 10000초동안 제대로 측정하고, 1800초동안 검사해서 검출되지 않으면 패스한다는 뜻이다. 10000초는 너무 기니까 1800초동안 측정해보자는 뜻인 것 같은데, 일단 다음 글을 읽고 오도록 하자.


http://snowall.tistory.com/649


어쨌든 정부 정책이야 윗분들 휠 꽂히는대로 흘러가는 것이므로 나도 모르겠고, 10000초 검사할 것을 1800초동안 검사하면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해 보자.


방사선 붕괴가 일어날 확률은 반감기와 관련이 있다. 가령, 10000개의 입자가 처음에 존재했다고 치자. 반감기가 1시간이라고 한다면 1시간 후에 남아있는 입자의 수는 대략 5000개이다. 다시말해서, 이때에는 1시간동안 5000개가 붕괴하였고, 방사선 검출기는 1시간동안 5000번 깜빡거릴 것이다. 평균적으로는 초당 1~2번 정도 깜빡거릴 것이다. (물론 실제 방사선 검출기는 mSv단위로 바꾸지만, counts/sec으로 측정하는 검출기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사선 붕괴가 일어날 확률은 반감기와 관련이 있지만, 실제로 깜빡거리는 속도는 거기에 남아있는 입자의 수를 곱해야 한다는 점이다. 입자가 많이 남아있을수록 더 빠른 속도로 붕괴가 일어난다.


그럼 이제 10000초동안 1번 붕괴하는 정도의 반감기와 입자수를 가진 어떤 물질이 있다고 하자. 이 물질이 1800초내에 1개 이상 붕괴할 확률은 어떻게 될까? 1개 이상 붕괴할 확률은 100%에서 전혀 붕괴하지 않을 확률을 빼면 된다.


일단, 처음에 갯수가 정해져 있을 때 남아있는 입자의 수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따라서, 붕괴한 입자의 수는 처음 수에서 남아있는 수를 빼면 되므로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10000초동안 1개 붕괴했으므로 위의 공식에 대입해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이 공식을 잠깐 바꾸면 다음과 같이 된다.


지수 공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공식을 붕괴한 입자 수 공식에 다시 집어넣자.



여기서는 1보다는 꽤 큰 값일테니까 그 역수는 근사적으로 0에 가깝고, 그럼 다음과 같이 근사시킬 수 있다.



다시말해서 1800초동안 0.18개 붕괴한다는 뜻이다.


2차항까지 근사해보면 다음과 같다.



어쩐지 처음에 입자가 많을수록 입자가 붕괴하는 확률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입자가 많은데도 10000초에 1개라는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감기는 그보다 더 빨리 줄어들어야 하므로 이게 맞다.


어쨌든 잘해야 20%가 붕괴할 것이라는 뜻이다.


바꿔 말해서, 처음에 10000초에 1개 붕괴하는 물질이라면 1800초 내에 붕괴하지 않았어도 1800초에서 10000초 사이의 시간에 붕괴할 확률이 80%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80%는 10000초 내에 붕괴하지만 그냥 무사통과한다는 뜻이 된다.

(1800/10000 = 18%니까 굳이 위와 같은 계산을 안해도 대충 때려맞출수는 있었겠지만.)


10000초동안 검사하는 기준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1800초동안 검사하는 속도로 식품을 검사하고 싶다면 방사선 검출 장비를 5~6배 늘리면 된다. 물론 예산때문에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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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800초동안 1번 붕괴하는 방사성 물질이 10000초동안 1번 붕괴하는 물질보다 대략 5배 정도 강한 방사능을 갖고 있기는 해도, 인체 건강에는 별 영향이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방사선일 수 있으므로.


정말로 문제삼고 싶은 부분은 식약처가 검사시간을 줄여도 되는 이유로 든 부분인데, '10000초동안 검사해서는 일본에서 수입된 매 건에 대해서 검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건 절대로 검사 시간을 줄여도 무방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매 건에 대해서 검사할 수 없다면 장비와 인력을 늘려서 매 건을 검사할 수 있도록 확충하거나, 검사가 안되었으므로 수입 불가 통보를 해야 한다. 차라리 내가 위에서 계산한 것처럼 방사선량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검사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일만 할 것이다.


세관에서 전수검사 할 수 없다고 먀약류 밀수입에 대해서 검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것인가? 불법 짝퉁 상품에 대해 검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것인가?


정책은 시대에 맞게 고쳐지고 변해가는 것이지만, 정책을 도입하는 근거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정책이라면 더 보수적인 기준으로 고쳐져야 할텐데, 이런 마당에 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방사선 검사 한다고 하니까 일본산 수입품은 오히려 더 피하게 되는 것 아닐까?

by snowall 2013. 11. 26.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