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 직접 만드는 사람도 있고, 누가 만들어준 것을 받아서 쓰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만든 것을 받아서 쓰는 경우에는 만든이에게 적절한 댓가를 주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가 탄생한다. 만든이가 댓가를 받는 이유는 그 역시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물건을 만든이가 여럿이면 그 각각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이 만든 것을 팔아야 하고, 자신이 만든것을 팔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구입해야 한다. 상대방이 구입하게 하려면 그것은 오직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각주:1] 또한 소비자 역시 만들어지는 물건을 구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자신과 같은 것을 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은 올라간다. 이것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적정선에서 가격을 결정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불평할 수 없는 방법이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결정된 적정가격보다 비싸면 소비자가 사지 않거나 살 수 없을 것이고, 적정가격보다 싸면 판매자가 팔지 않거나 팔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각주:2]
이 설명은 내가 이해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의 내용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제 "집단 지성"이라는 이름으로 화폐경제 바깥으로 나온 것 같다. 지식의 축적이 일부 지식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지식 추구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자, 이제 패러디 해보자.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궁금해 하는데,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 답을 알아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직접 연구해서 알아내는 사람도 있고, 누가 연구한 것을 참고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가 연구한 것을 공부하는 경우에는 그 연구한 사람에게 적절한 반응[각주:3]을 해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식이 탄생한다. 연구자가 독자로부터 반응을 받는 이유는 그 역시 궁금하기 때문이다. 만약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여럿이면 그 각각이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옳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용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자신의 주장을 알려야 한다.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오직 논리로 승부해야 한다.[각주:4] 또한 받아들이는 사람들 역시 연구 결과를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연구 결과는 인정되기 힘들어진다. 이것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적절한 난이도 수준에서 설명의 내용이 결정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만약 너무 어려운 설명이라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테니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각주:5] 너무 쉬운 설명이라면 연구 결과를 모두 담는데 한계가 있다.[각주:6][각주:7]
사실 집단지성이나 시장경제나 큰손이 좌지우지 할 수 있긴 하다. 학계의 대가가 쓴 논문은 대충 쓴 것 같아도 별 탈 없이 학술지에 게제되고, 초보가 쓴 논문은 아주 뛰어나지 않으면 학술지에 실리기 힘들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은 원하는 것을 쉽게 얻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야 한다. 쉽지 않다. 이것이 조절되지 않으면 시장 실패 / 지적 실패가 나타난다. 시장 실패는 시장이 적정 가격을 조절하는데 실패하는 것이고, 지적 실패는 진리를 밝히는데 실패하는 것이다.[각주:8]

내 견해는, 집단지성은 시장경제보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고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포함한다고 본다. http://snowall.tistory.com/131 에서 예를 들었듯이, 개인의 참여가 정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정도로 확장하려면 "지성"이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어를 쓸 필요가 있겠지만. 따지고보면 민주주의 투표 방식도 집단지성의 예가 될 수 있다.[각주:9][각주:10] 물론 집단지성의 위력은 참여집단이 아주 클 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어도 국민 전체가 요구하는 민주주의적인 개혁을 막아내지 못했고, 위키피디아의 많은 내용은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슬래시닷은 글에 대한 평가 권력을 대중에게 넘겨서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커뮤니티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각주:11] 리눅스의 성공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에 거대기업의 운영체제인 윈도우즈나 맥OS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한두명 갖고 어찌할 계제가 아니다. 역설적으로, 집단지성의 어두운 면이 모두가 모두의 빅브라더가 되는 인터넷 세상을 만들었다.[각주:12]

요건은 참여다. 보이지 않는 손이 성공하고 싶어도 개개인이 가격 조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장은 실패한다. 물건 값이 비싸다면 구입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항의도 없이 사니까 값이 내려가지 않는다.[각주:13] 즉, 상품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한 검증은 소비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식 사회에서도 지식이 진리에 가까운 것인지 검증하는 것은 대중의 몫이다. 지식 자체를 만드는 것은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입자물리학이나 중성미자 실험에 관한 내용을 아무나 쓸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에 관한 자세한 이해를 요구하면서 대중은 지식을 검증해 나갈 수 있다. 전문가가 만든 지식이라고 하더라도 대중에 의해 논리적 오류가 발견될 수는 있다. 전문가는 지식을 창조해 낼 때 대중에 의해 오류가 발견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각주:14]

글을 다시 읽어보니 마치 모든 것을 집단에게 맡기고, 보이지 않는 손에 확실한 자유를 보장하면 뭐든지 성공할 것 같이 얘기했는데 사실이다. 다만 전제 조건으로서, 현상의 조절자 역할을 담당하는 집단 속에 반드시 좀 많이 아는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각주:15]

* 글을 쓰는데 http://econoblog.tistory.com/39 을 많이 참고하였음을 밝혀둔다.
  1. 서비스로 경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추상적 의미에서는 "더 많은 양"을 같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므로 같은 양에 대해서는 더 싸게 제공하는 것과 같다. [본문으로]
  2. 독점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판매자가 적기 때문에 가격이 끝도없이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독점자는 경쟁자가 등장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점이 윤리적으로 나쁘긴 하지만. [본문으로]
  3. feedback의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힘들다. [본문으로]
  4. 감성으로 경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추상적 의미에서는 직관을 따르는 것이므로 결국은 논리로써 증명해야 한다. [본문으로]
  5.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나 앤드루 와일즈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관한 증명이다. 발표 즉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인정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본문으로]
  6.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보면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초끈 이론 등이 정말 쉽게 설명이 되어 있고 이공계 대학생 정도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이 초끈이론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곤란한 것이다. [본문으로]
  7. 만약 관련 분야의 연구자가 한명 뿐이라면, 그가 속임수를 써도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경쟁 연구 그룹 등이 결성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등의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황우석 씨의 사건으로부터  잘 알 수 있다. [본문으로]
  8. 물론 황우석씨의 연구 결과를 놓고 논란이 많았던 예로부터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황우석밖에 연구할 사람이 없다고 믿는 것이 결국 연구 전체의 실패를 초래했다. [본문으로]
  9. 물론 권력자의 강요라든가, 언론의 왜곡된 보도라든가 등등에 의해 민주주의도 실패할 수는 있다. [본문으로]
  10. 예외라고 해야할 것 같은 부분인데, 다수에 의한 소수의 억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조건 다수결은 집단 지성과 약간 차이가 있다. 선거 제도는 그 형식상 한명만 뽑는 제도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맘에 안드는 사람이 선출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본문으로]
  11. http://snowall.tistory.com/273 [본문으로]
  12. http://snowall.tistory.com/282 [본문으로]
  13. 이는 어떤 물건의 가격이 부당하게 책정된 것의 책임을 모두 소비자에게 돌리려는 의도의 문장이 아님을 명시한다. 그 책임은 일단 가격을 결정한 제조사에 있다. 다만, 이걸 고치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윤리적으로 적절한 가격을 결정하기도 해야 하겠지만 수많은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 또한 요구된다. [본문으로]
  14. 대충 넘어가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면, 지성의 실패가 될 수는 있지만 지식은 지식이다. 가령 창조론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창조론이 한참 받아들여지던 시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창조론은 진리일 수 있었다. [본문으로]
  15. http://econoblog.tistory.com/39#comment1915940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8. 15. 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