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에,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된 직후에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서 유명한 과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을 불렀고, 어쨌든 파인만은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그 원인은 아주 작은 고무링이었는데, 이 고무링이 극한 상황에서 성질이 변하는 것을 대비하지 못해서 사고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 파인만은 고무링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을 TV에서 실험으로 보여줬고, 그것은 국민들이 그 사고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물리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는 없으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이번 천안함 사고에 대해 과연 제대로 된, 과학적인 조사결과가 나올 것인지, 그리고 그 조사 내용을 발표했을 때 과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쉽게 전달할 것인지, 과학적 근거에 따른 조사 내용이 발표되었을 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국민들의 과학 교양의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심히 걱정된다.

아직 배 전체를 인양한 건 아니니까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고, 어쨌든 추측과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에서 원인을 추측하는 것이 과학적인 근거에 따르기 보다는 자기네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갈라지는 것 같아서 굉장히 우려스럽다. (이건 언론사의 이념적 성향을 막론하고 대부분 그런듯 싶다.)

천안함 사고 취재에 정치부/사회부 기자들 말고 과학부 기자들을 파견해야 그나마 좀 괜찮은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by snowall 2010. 4. 19. 01:16

기본 소득 블로그 선언



이 도시에 남은 것은 성장주의 체제와 그를 보호하기 위한 과시적 통치 뿐이다. 이 나라의 모든 도시는 외환위기와 금융자본주의의 과도기를 지나며 저마다 상표가 붙여졌고, 모든 공기업은 공공성이 아닌 매출액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든 개인의 주거권, 사회권, 참정권은 물론이고 목숨 그 자체마저도 손익률에 기준해 평가되는 지금, 모든 도시민 역시 성장연합의 상업적 소유품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수탈 체제는 모든 사회공공성을 파괴하고 개인의 삶마저 갉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탈당하는 것은 현재와 과거 뿐만이 아니다. 고작 1년 동안, 1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금융채무자라는 굴레를 덮어썼다. 우리의 미래는 점점 더 빠르게 수탈당하고 있다. 아비규환의 땅 위에서 정권은 이 나라가 선진국의 국격을 이룩했다며 축배를 들고, 우리가 쌓아올린 것은 언제나 우리의 것이 아니다. 가당치 않게도 민주공화국이란 상표로 포장된 이 나라에서, 우리는 정치경제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모두는 오로지 자산이고, 자원이며, 상품일 뿐이다.

생계를 잇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쌓여가는데도 지배자들은 우리에게 더 양보할 것을 요구한다. 파업하지 말고, 투쟁하지 말고,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말고, 눈을 낮추고, 일하라고 외친다. 그러나 우리에겐 일할 자리도 없다.

그들은 이제 우리에게 어떠한 공공재도, 어떠한 자연적 유산도 허락하지 않는다. 교통과 역사를 자본에게 넘겨주고, 강과 산을 개발산업에게 제물로 바치고, 급기야 사람마저도 생산하려 든다. 자녀를 생산하지 않은 게으른 부모에겐 복지를 제한하고, 지하철 역사에는 자녀를 많이 생산하지 않은 자를 죄인으로 묘사하는 광고를 붙이고 있다. 우리에겐 사회권도, 주권도, 생존권도, 그 어떠한 인격도 없다. 경제적으로 배제된 모든 이들은 인간사회로부터도 배제되었다.

봉쇄된 권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의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배제된 인격에게는 등가교환의 시장적 권리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에게 ‘법과 원칙’이라는 칼날을 들이대지만, 있는 자는 법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지난해 정권에 의해 단행된 이건희의 단독특별사면은 만인이 법 앞에 불평등하다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을 역사에 각인했다. 만민의 자유를 탈취한 자들은 스스로에게 자유주의라는 기만적 명분을 휘장 삼아 두른다. 그 휘장 아래에서 빈민의 자유는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사상의 자유는 법적으로도 통제당한다. 그들은 심지어 자유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지키자고 주장한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유는 지배할 자유이며, 착취할 자유이고, 수탈할 자유다. 피지배자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통제당하는 그들만의 사회에서, 물질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그 어떤 누구도 법의 주인이, 국가의 주인이, 사회의 주인이, 자신의 주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법의 주인, 국가의 주인, 사회의 주인, 자신의 주인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같은 공화국의 국민이기에.

공화적 자유는 타인의 지배와 간섭 위에서는 보편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사회의 오랜 역사가 이를 실증해 왔고, 오늘날 정권이 노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용산 남일당에 몽둥이와 방패를 들고 난입한 경찰과 용역들은 지배자들 본인이었던가? 아니다.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과 맞서 싸운 구사대는 자본가들 본인이었던가? 아니다. 침략전쟁에 나선 파병군인들은 관료들이었던가? 아니다. 모두가 빈민, 부자유한 자, 그리고 노동자였다. 상처를 주는 역할도, 상처를 받는 역할도 부자유한 자들의 몫이다. 부자유한 우리는 점점 더 악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본질적 모습이 아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모습일 뿐이다. 물질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들에게 지배와 간섭은 일상이다.

수탈당한 자유와 권리는 구걸로 돌려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흥정으로 돌려받을 수도 없다. 애시당초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수탈당한 우리가 흥정할 자산이 어디에 남아있는가? 수탈당한 모든 것을 돌려받을 방법은 역수탈 뿐이다. 이윤으로 전환된 모든 개인의 삶, 기여 없이 증식하는 자본가치, 이 모든 것은 보편적 개인이 돌려받아야 한다. 모든 불로소득과 투기소득은 강제적 환수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사회는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삶에 필요한 제반요건을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부자유는 오직 ‘탈취의 부자유’ 뿐이다. 오직 우리가 같은 공화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1조는 이 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은 모든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나라이며, 모든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실질적 자유를 가지는 나라이다. 국민주권은 국민 모두의 복지라는 사회경제적인 기본 조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보편적이고 충분한 복지는 민주공화국의 기초적 토대이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모든 의무와 책임을 가진다. 노동이나 자산, 가족관계나 그 어떤 것도 민주공화국의 복지를 위한 거래대상이 될 수 없다. 민주공화국의 복지는 보편적이며, 조건이 없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모든 국민은 그들이 실질적인 주권자가 되기 위하여 물질적 독립을 보장받아야 한다. 기본소득은 모두의 억류된 자유와 권리에 대한 요구이며,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요구이다. 억류된 자유를 해방하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라.


2010년 4월 16일
by snowall 2010. 4. 16. 16:37

근황보고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키보드에 가시가 돋칠지도 모른다는 압박도 있었지만 다행이랄까, 키보드는 무사하다. 그러나, 댓글은 달아주지 않아도 의외로 읽고 있는 독자들이 많다는 걸 이미 눈치챈 snowall은 오늘도 별일이 없다는 걸 별일인것처럼 포장하여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이 문장들이 말도 안되는 문장이라는 건 잘 알고 있으나 한국어 사용에 장애가 없는 독자들이 주로 읽을 것이라 기대되므로 그냥 둔다.

1. 시험기간
24일, 행정실 여직원 결혼식이지만 못간다. 숙제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젠장.
7과목 중에서 숙제로 대체되는 과목이 3개니까 4과목만 공부하면 된다. 문제는 아직까지 하나도 공부하지 않았다는 점. 시험범위는 교수들끼리 짠것도 아닐텐데 모두 1장부터 4장까지(강의포함)이다.

2. 졸업논문의 압박
이번주 중으로 졸업논문 연구계획서를 내야 한다. 한글 기준 2000자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대강 다 써놓긴 했는데, 어쨌든 졸업논문 제출 기한은 8월 첫주이다. 4월 다 지나갔고, 5월 훈련소 가고, 6월 기말고사 보고, 7월이랑 8월에 실험 들어가면 졸업논문 쓸 시간따위는 없다. 게다가 교수님이랑 하는 프로젝트도 어쨌든 성실하게 해야 하니까 쥐어 짜낸 시간도 논문 스터디에 집중해야 한다.

뭐, 어떻게든 다 할 수 있으니까 투덜대는 소리다. 못할것 같으면 처음부터 관 뒀겠지요...-_-

3. 맥북
맥북, 다 좋은데, 부팅할때 나는 소리만 어떻게든 꺼버리고 싶다. nvram에 뭔가를 기록하면 된다는데, 내가 찾은 방법으로는 안된다.

4. 체중
결국 체중이 68kg까지 늘어난 것 같다. 작년 12월달에 목표로 했던 값이 61kg이었는데. 변화량은 같지만 부호가 반대라서 실패.

5. 결혼하는 사람들
제목을 그냥 "결혼"이라고만 하면 내가 결혼하는 줄 알고 낚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조금 더 길게 붙였다. 5월달까지, 내가 1년 반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결혼한 사람이 5명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병특 끝날때까지 10명은 할 것 같다. 그동안 낸 축의금을 되돌려 받으려면 내년 말까지 여기에 있는 동안 결혼을 하든가, 여기에서 계약 연장을 하든가 해야 한다. 결혼은 됐으니 연애나 좀 해보자. 결론=애인구함.
by snowall 2010. 4. 16. 10:53
update-manager -d 를 치면 모든것이 알아서 될 것이라는 예언을 ubuntu.com에서 듣고, 계시가 내린 그대로 하였다.

2시간동안 다운로드 받고, 2시간동안 패키지 설치하고, 1시간동안 패키지 지우더니

재부팅하고나서 시스템 사망했다.

예전에 구워둔 CD로 복구모드로 들어가서 파일은 백업 받았는데

역시 리눅스도 포맷이 진리인가 -_-;

4월 29일까지 기다릴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 겨우 7일 후에 훈련소 가는걸;
-----------------
추가

일단 포맷했다. Ext4가 문제인 것 같아서 Ext3으로 했다. 어쨌거나 예전에 쓰던 자료는 다 날아갔다.
그냥 새로 포맷해야겠다. 이번엔 꼭 home 파티션은 따로 나눠둬야겠다.

부팅이 20초밖에 안걸린다. 꽤 오래된 맥북인데, 겨우 20초면 부팅이 완료다.

(맥북을 끄지 않고 뚜껑만 덮어서 절전모드로 들고다니는 이유는 켤 때 나는 소리가 너무 커서 부끄럽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소리만 없었어도 그냥 껐다 켰을 것 같다.

좀 더 빨라진 것 같다.

나머지는 좀 더 체험해 보고...
by snowall 2010. 4. 13. 09:11
아놔...

선거가 6월 2일이다.

난 6월 3일 퇴소.

부재자 투표 할 수 있으려나 -_-;
자대배치 받은 병사들은 되는데, 난 그냥 훈련소만 가는 거라...

선관위에 물어봐야겠다.

추가 : 물어봤는데, 부재자 투표 할 수 있다. ㅋ

추가2 : 아니, 생각해보니 좋아할 일이 아니다. 6월 2일은 공휴일이잖아...-_-; 젠장.
by snowall 2010. 4. 12. 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