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자다. 그러므로 하이힐을 신어본 적도 없으며 앞으로 신어볼 생각도 없고 내 발에 맞는 하이힐은 팔지도 않는다. 하지만 하이힐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들은 바가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하이힐이란 구두의 뒷굽이 높아서 키가 커 보이는 신발이다. 원래는 프랑스에서 지저분한 정원을 깨끗하게 걸어다니기 위해서 개발되었다고 한다. -_-;

여성들이 위태롭게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더 예뻐보인다고도 하는데 그런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중요한건 어쩌다 발목이 꺾였을 때 생기는 힘의 차이다.

회전운동에서는 회전축과 작용점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데, 여닫이 문을 열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진 점을 미는 것과 가까운 점을 미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더 쉽게 밀 수 있다. (이것은 지레의 원리와 같다)

발목이 꺾인 경우에 회전축은 발목의 복숭아뼈 근처의 관절이 된다. 작용점은 땅과 접촉하는 부분이 되는데 하이힐을 신으면 작용점이 회전축에서 더 멀어진다. 어차피 땅이 접촉점에 작용하는 힘은 사람의 무게때문이므로 같은 사람이라면 힘의 크기는 같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으면 작용점이 더 멀리 있기 때문에 같은 힘이라도 더 쉽게 발목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하이힐을 신다가 실수로 발목이 꺾이면 근육이 끊어지기도 하는 중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힐은 앞쪽을 굉장히 모아주면서 동시에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게 된다. 쉽게 말하면 발가락-발바닥 사이에서 서로 미는 힘이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평평한 신발을 신고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이런식으로 서로 미는 힘이 크게 작용하게 되면 발에 무리가 와서 심한 경우 기형이 되기도 한다.

즉, 엄지발가락이랑 새끼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직각을 이루게 안쪽으로 꺾여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건 당연한 결과인데, 30센치미터짜리 플라스틱 자를 양쪽에서 밀어봐라. 얼마 버티다가 꺾인다. 안쪽에 있는 세개의 발가락은 그래도 괜찮은데 이것은 양쪽에서 받쳐주는 발가락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자리의 발가락들은 바깥쪽에서 받쳐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관절 부분이 밖으로 휘어지게 되는 것이다.

난 실제로 아주 예쁜 여학생이 이런 기형적인 발을 갖고 있는 걸 본적이 있기 때문에 조언해주고 싶다. 특히 이 글을 읽게 되는 어린 학생들이 일찍부터 예쁘게 보이려고 하이힐 신고 다니는 걸 자제했으면 싶어서 적는다.

제발 하이힐은 꼭 필요할 때 외에는 신지 말자. 가능하면 아예 처음부터 신지 않는 것이 좋다. 키가 커보이고 싶다면 여학생이라 해도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을 때 운동을 해라.

by snowall 2006. 8. 12. 21:34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다니거나 뛰어다닐 때 양 손을 번갈아서 앞으로 보내고 다리도 번갈아서 앞으로 보낸다. 게다가 같은쪽의 팔과 다리도 번갈아서 앞뒤로 오고간다.

(여기서 대부분이라 함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부분을 뜻한다)

이러한 일은 어째서 편할까?
혹시나 궁금한 사람은 이런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걸어가 봐라. 힘들다.

일단 다리가 번갈아 가면서 움직이는 건 어쨌거나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치자. (두 다리를 동시에 앞 뒤로 움직이면서 전진이나 후진을 하려면 공중으로 뛰어야 한다) 팔은 왜 다리와 반대로 나가게 되는 걸까?

여기에는 아주 단순한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각운동량 보존법칙이다. 각운동량은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값이다. 즉, 물체의 회전상태를 말해주는 숫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각운동량을 바꾸기 위해서는 물체에 토크torque를 주어야 한다. 토크는 그냥 회전을 만드는 힘이라고 알고 있으면 된다.

가령, 왼쪽 다리를 고정시키고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 몸의 하반신은 위에서 볼 때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정지상태에 있었다. 그렇다면 각운동량은 0이라다는 뜻이다. 하반신의 각운동량은 반시계방향으로 생겼다. 몸 전체를 합쳐서 각운동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반신의 각운동량이 시계방향으로 생기면 된다. 이렇게 되면 몸의 각운동량이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근육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힘이 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몸으로 직접, 무의식중에 걷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다음의 실험을 해보면 된다.

무게가 비슷한 물체(아령 같은것)를 두개 준비해서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하여 선다. 그리고나서 몸통은 움직이지 않고 팔만 돌리는데

1.두 팔을 반대방향으로 돌린다
2.두 팔을 같은 방향으로 돌린다

이때 돌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머리 위에서 보았을 때를 생각하면 된다. 즉, 척추를 회전축이라고 생각하고 팔을 돌리는 것이다.

1번의 경우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돌리는 것이 쉬울 것이다. 하지만 2번의 경우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힘들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얘기한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by snowall 2006. 8. 11. 21:33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가위. 여러가지 물건들을 편리하고 비교적 안전하게 자를 수 있도록 해주는 발명품이다. 하지만 가위는 물리학적으로 볼 때 대단히 이상한 제품이다.

패리티라는 것을 아는가?
패리티Parity는 우리말로 하면 "기-우 특성"이라고 한다. (한자어다 -_-)

고등학교 수학에서 기함수, 우함수 하면서 기함수는 -x를 넣었을 때 -가 빠져나오고 우함수는 빠져나오지 않는 함수라고 외우는 바로 그것이다. 중요한건, x대신에 -x를 집어넣는다는 것의 의미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단지 외우기만 했을 테니 생각 못하고 있겠지만 이것은 "거울 대칭"을 뜻한다. 거울 대칭은 내가 거울을 바라볼 때, 나의 왼쪽이 거울속의 나에게는 오른쪽이고, 나의 오른쪽은 거울속의 나에게는 왼쪽이라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 한편을 감상해 보자. 이 시는 이상의 "거울"이다.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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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울 대칭이 뭔지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과학 얘기하면서 문학 교육까지 하는 사람 봤는가? 내가 최초인것 같다.

가위를 잘 살펴보자.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가위는 대부분 오른손잡이를 위한 가위일 것이다. 왼손으로 그 가위를 쥐고서 자르려고 하면 잘 잘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 부분과 나머지 손가락에 끼우는 칼날 부분이 교차할 때, 가위를 오른손에 끼우게 되면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은 교차점에 대해서 엄지손가락의 반대 방향에 있게 된다, 가위를 왼손에 끼우게 되면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은 교차점에 대해서 엄지손가락과 같은 방향에 있다.  이제 가위를 누르게 되면 엄지손가락은 칼날을 밀어내게 되는데 칼날을 밀어내는 방향이 왼쪽과 오른쪽이 반대이다. 그러나 가위는 그대로일 것이다.

다시말해서, 오른손에 끼운 상태에서는 엄지손가락이 밀어낼 때 칼날 부분은 교차점이 지레의 받침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칼날이 안쪽으로 서로 모이게 된다. 잘 맞물리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왼손에 끼운 상태에서는 반대로 칼날이 바깥쪽으로 나가게 되기 때문에 칼날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된다.


대단히 잘 만든 가위는 이러한 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잘 자를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한 기간이 오래되어 헐거워진 가위는 분명 오른손으로 자를 때만 잘 잘리고 왼손으로 자를 때는 틈에 물체가 씹혀서 잘 잘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글을 왜 쓰느냐고?

그것은 내가 왼손잡이일 뿐만 아니라 이 우주가 왼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좌파라는 뜻이거나 우주가 원래 좌파라서 사회주의가 마침내 승리할 것이라는 식의 헛소리는 절대 아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게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난 우파도 아니다)

우주에서 에너지는 물질로 전환될 수 있다. 에너지와 질량이 같은 개념이라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벌써 100년전에 밝혀낸 것이고, 질량을 갖고 있으면 당연히 물질을 구성할 수 있다. (질량이 있지만 물질이 아닌 것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에너지를 아주 많이 가진 빛이 우주 공간을 잘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물질로 변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하자. 이때, 우주는 에너지 보존법칙과 운동량 보존법칙과 전하량 보존법칙과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항상 "물질"과 "반물질"이 동시에 생성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우주에는 물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순도 100%의 물질이다. (반물질은 유럽과 미국의 일부 실험실을 제외하고는 없다) 순수한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세계. 이상하지 않은가? 원래 처음에 물질이 없이 에너지만 있을 때는 그렇다 쳐도, 에너지가 물질로 변할 때는 반드시 반물질이 같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법칙이거늘 어째서 반물질은 어디가고 물질만 남아있는지?

여기서,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물리 법칙이 물질-반물질이 항상 같이 생성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을 C-P 대칭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C는 전하charge이고 P는 패리티Parity를 뜻한다. 그런데 이 우주에서는 C-P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이다. 그것도 심각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그뿐만이 아니다.

우주의 물질들은 handedness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왼손잡이(Left-handed)와 오른손잡이(Right-handed)로 나누어 지는데,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은 왼손잡이에 해당한다.
(handedness에 따라서 물질이 좀 더 왼쪽으로 치우쳐서 이동한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이것은 입자가 갖고 있는 추상적인 회전 방향에 대한 정의이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지구의 대부분의 가위는 오른손잡이를 위한 것이고 왼손잡이를 위한 것은 거의 없다. 원래는 왼손잡이용과 오른손잡이용을 거의 비슷한 수량으로 생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이다.
아무튼, 가위의 handedness와 입자의 handedness는 전혀 다른, 절대로 연결시켜서는 안되는 개념이고 이 글은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by snowall 2006. 8. 10. 21:30
뭐...이 글을 누가 읽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공부를 직업으로 삼기로(즉, 공부해서 돈을 벌기로) 작정한 사람으로서 뭔가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봅니다. 만약 이 글을 읽기로 했다면 부디 지루해 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_-;

저도 중학교나 고등학교때는 시험공부를 위한 공부를 했었고, 성적은 그럭저럭 받았지만 그다지 상위권에 있지는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재미도 없었고 친구도 없...(생략)
아무튼,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내가 지금 이짓을 왜 하고 있는지에 관한 심한 회의감에 빠져서 좌절하고, 심하면 포기하기도 합니다. 뭐, 하기 싫은 일이라든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면 그만 두는게 좋겠죠. 아무튼, 공부를 왜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인지와 상관 없이 말이죠. 만약 현재 하는 일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마 그 일을 계속하고 싶을 것이고, 하기 싫은 일이라면 언젠가는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떠나고 싶을 겁니다.

자, 이제 생각해 봅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요?

정말로 길지도 않은 인생에 직업으로서, 아니면 경험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쭉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가령, 물리학자가 되려면 대학도 가야 하고 대학원도 가야 하고 영어도 배워야 합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우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나서, 그 일을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세요. 이런것들을 생각해 보고 고민하는 것은 실제로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이 단지 시간 보내기일 뿐이라면 빨리 그만두고 좀 더 내가 원하는 일에 가까운 일을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도 처음부터 모든것을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단 한가지라도 잘할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어릴 때는 미숙하고 못하는게 당연합니다. 어릴때 못하는건 절대로 나쁘거나 부끄러운게 아니죠. 예를들어, 10년간 피아노를 죽어라 연습한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없다면 그 사람은 피아노 치는 것을 그만 두거나 훨씬 더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처음 보자마자 잘 칠 수는 없는 겁니다. 불가능하죠.

아무튼, 지금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따지지 말고, 자기가 그걸 이룰 능력이 있느냐 역시 따지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해졌다면, 그 다음 단계는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온라인 게임을 보면, 임무가 주어지고 그 임무를 완수하려면 가상 세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일어나죠. 실제 세상에서도 비슷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꿈을 직접, 곧바로 이루는게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나쳐야 하는 과정이 대단히 많이 있죠. 그 수많은 과정중에서 단 한번이라도 포기해 버린다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정해졌고 그 일을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정해졌다면, 각각의 과정을 이루기 위한 목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시 세부적인 것들을 고민해 볼 수 있겠죠.

세부적인 목표들까지 세워졌다면, 이제 시간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이루어질지 추정을 해야 합니다. 저같은 경우, 일단 대학에 가야 했으므로 고등학교까지는 무사히, 그리고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고, 대학 입시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한번에 합격할 수 있었죠.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예상했다면, 이제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됩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계획을 조금 수정하거나 약간 여유를 두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하다가 그만두고 싶으면 포기하면 됩니다. 물론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포기하는 것 역시 쉬운일은 아닙니다.

그럼, 공부는 왜 해야 하냐고요?

위에서 얘기한 것들은 대단히 이상적인 과정입니다. 다 큰 어른들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원하는걸 안다고 해도 그 중간에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고 못한다고 괜히 좌절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하고싶은 소망을 평생 시도하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사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해도 평생을 그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짜 하고싶은 일"이라는 것에 도전하기 전에, 자신의 능력이 얼마정도 되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죠. 예를들어, 소설가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국어시간에 졸아서 맞춤법을 모른다면 이건 목수가 톱질을 못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때는(특히, 알거 다 알고 다 컸다고 생각하는 10대 중후반) 자기가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을 거라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서 아무것도 안하고 놀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아무것도 안됩니다. -_-; 노력없이 결과가 나오는 법은 결코 없습니다. 물론, 학교와 집에서 받는 심각한 수준의 각종 정신적인 고통을 그냥 꾹 참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공부는, 특히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이러한 것들을 하기 위한 괜찮은 기초단계가 됩니다. 솔직히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사회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사교과서의 서술 방식에 관한 문제라든가, 경제교과서의 자본주의 사상 서술에 관한 문제 등등, 대체 이게 진실인지 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외우고 공부해야만 하죠. 더불어, 선생님이 재미 없으면 과목도 재미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나중에 20살이 넘어서 사회에 나가게 되었을 때, 그런 정도의 기초지식도 없으면 세상은 더 이해하기 힘듭니다. 예를들어,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복리 계산하는 방법을 분명히 배우죠. 돈을 얼마를 대출 받고서 이걸 몇년 안에 갚으려면 이자가 얼마니까 한달에 얼마씩 내야한다는, 뭐 이런 종류의 문제는 시험문제에도 나오고 수능에도 자주 나옵니다. 이런 문제야 뭐 중간고사에서는 틀려도 사는데 별 지장은 없습니다. 문제는 어른이 된 다음이죠. 당장 아파트를 구해야 집에 들어가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그러는데 자기 소득 수준에서 대출을 얼마를 받아야 하고 이걸 몇년만에 상환해야 하는데 얼마씩 갚아야 하는지 계산을 못하면 이건 바로 빚더미에 올라앉는 지름길이 됩니다.

사회 과목에서 복지 정책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중고등학교때는 단지 시험문제에 불과하지만, 그게 20년, 30년 뒤에는 당장 자기가 먹고 사는 문제가 됩니다. 중학교 중간고사에서야 틀린다고 밥을 안주진 않죠. 하지만 40살 먹어서 명예퇴직하고 연금 못받으면 밥을 굶어야 합니다.

중학교때, 고등학교때는 관심없고 재미없어서 수업 안듣고 시험 0점 받아도, 그냥 자기 기분이 조금 안좋을 뿐 밥을 굶는다거나 길거리에서 자야 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다 커서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몰랐다고 용서가 되는게 아니라 정말 굶어야 하고 정말 길거리에서 잠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겁주고자 함이 아니라, 실제로 서울역에서 노숙하고 있는 사람들중 대부분은 몇달전, 몇년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서울역에서 잠을 자야 하고 한끼 먹을거리를 걱정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던 사람들입니다.

자, 여기까지는 "나중에 고생하기 싫으면, 지금 싫어도 공부를 좀 해둬라"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거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수준의 얘기였죠. 뭐 상당히 암울합니다.

지금부터는 재미없는 공부를 재미있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어떤 과목이 재미없는 이유는 항상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난이도가 있으면서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목은 대부분 재밌게 공부할 수 있죠.

(여기서,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겠군요. 재미있는 과목이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그만큼 저절로 노력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재미가 있더라도 노력한만큼 성적이 안나오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성적이 잘 나오려면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재미있는 과목을 노력해서 공부하긴 쉬우나, 재미없는 과목을 노력해서 공부하긴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면 재미없는 과목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비결은?

저라고 해서 딱히 그런 비결이 있는건 아닙니다. 전 재미없는 공부는 거의 안했습니다. 거의 시험 직전에 벼락치기 공부로 승부를 냈죠. 정말 재미있는 과목들은 오히려 평소에 해두기 때문에 시험기간에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성적이 잘 나오더라구요.
다만, 일부러 시험기간에 놀아버린다거나, 수업시간에 이상한 행동들을 해서 선생님에게 밉보인다거나 그런일은 없었습니다. 이게 중요한게, 선생님들이 나를 좋게 평가하면 나는 더 좋은 학생이 되고, 나쁘게 평가하면 실제로 더 나빠집니다. 이건 실험으로 입증된 결과죠. 미국에서 두명의 고등학생이 전학을 가는데, 모범생을 담임선생님에게 소개하면서 불량학생이라고 소개하고, 불량학생을 소개하면서는 진짜진짜 모범생이라고 소개했는데, 그 결과 졸업할때쯤엔 원래 모습이 아니라 소개받은 모습으로 졸업했다는군요.

음...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해 놓고서 완전 헛소리를 써 버렸군요. 재미없었다면 사과드립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부를 안한다면 그 시간에 할게 뭐가 있을까요? 단순 노가다성 오락 등 자기 발전에 도움 안되는거 몇가지를 빼고나면 딱히 할건 없을 겁니다. 할일이 없으면 그냥 교과서를 펼쳐놓고 읽으면 됩니다. 지루한 교과서를 읽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 있는데, 적어도 부정적인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교과서를 읽는다면, 최소한 지루하기때문에 야밤에 잠이 오지 않을때 잠들 수 있으며, 만약 결코 잠이 오지 않는다면 교과서에 있는게 시험에 나오므로 성적이 올라갑니다.


진심으로 마음속에 담아둔 꿈이 아직은 없다면, 꿈을 담아두세요.


진심으로 마음속에 담아둔 꿈을 벌써 갖고 있다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급해 하지 말고 지루하더라도 조금 돌아갈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습니다.

(많이 돌아가도 뭐 괜찮아요. ^^ 그만큼 꼭 이루어 질테니까)

by snowall 2006. 8. 9. 21:14